지역별 전력 자립도의 구조 변화, 중앙집중에서 '지역분산'으로

지난 20년 간 한국의 에너지 구조에서
가장 분명한 변화는
지리적인 구조,
‘지역별 전력 자립도’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중앙집중형 전력망을 구축해 왔다. 그리고 그 핵심축을 담당한 것이 수요량 변화가 크지 않은 대규모 수요처에 공급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기력발전이다. 한국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산업시설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뒀다. 소수의 대규모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전통적인 기력발전에 이상적인 여건이었다. 특히 대량의 냉각수를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는 해안 지역이 주요 발전단지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경북, 경남 지역이 영남권 산업단지에, 전남이 호남권 산업단지에, 충남이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에너지원을 다변화함에 따라 해안이라는 입지조건에서 탈피하여 발전소가 여러 지역에 분산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력수요 다변화에 따른 중앙집중형 수요대응의 한계, 전력소비량 증가에 따른 대규모 송전인프라에 대한 부담도 새로운 발전시설이 여러 지역에 분산되는 요인 중 하나였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지역별 전력자립도 현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한국의 전력자립도의 지역별 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에서 행정구역별 색상은 전력자립도를 뜻하며, 색이 짙을수록 전력자립도가 높다는 뜻이다. 2000년만 해도 충남과 전남의 전력자립도가 유독 높은 상태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별 격차가 줄어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경남은 1995년 소비량과 발전량이 갑작스럽게 하락하는데, 이는 고리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기장 지역이 양산군에서 독립해 부산시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그림 1] 연도별 지역 전력자립도 변화

자료: 한국전력공사 「연도별 전력통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사용량통계」

한편 인구가 밀집한 지역일수록 에너지 소비량이 큰 데 비해 발전소를 건설할 부지는 부족해서 전력자립도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예외적인 지역으로는 충북이 있다. 충북은 도시 수가 적은데도 전력 자립도가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큰 강이 적은 산지 내륙이라는 특성상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제주, 전북, 강원은 전력자립도보다 포트폴리오 변화에 주목할 만하다. 제주는 풍력, 전북은 태양광, 강원은 태양광 및 풍력을 고르게 육성하며 지역 내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꾸준히 높여 왔다.

지역별 전력자립도가 평준화되는 경향은 [그림 2]에 표현한 지자체별 주요 발전시설과 전력소비량, 발전량 통계를 통해 재확인할 수 있다. 주황색 선이 소비량, 파란 선이 발전량을 나타낸다. 전반적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일수록 자립도가 낮고 전통적인 산업단지일수록 자립도가 높다. 광역시를 제외한 도 차원에서는 충북을 제외하고는 발전량과 소비량이 대체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거나 그 차이가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울산, 경기, 전북, 전남, 경남, 강원에서 발전량과 소비량이 수렴하는 모습이 분명하게 관찰된다. 2000년과 2019년을 비교하면 전력자립도는 경기도 43.28%에서 60.13%로, 강원도는 64.44%에서 175.44%로, 전북은 13.98%에서 55.12%로, 제주는 67.62%에서 74.34%로 각각 개선됐다. 발전시설이 많아 전력자립도가 높은 충남, 전남, 경북, 경남은 모두 전력자립도가 200~400%대에서 100~200%대로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으나 발전 부담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구조에서 분산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경향성은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지역별 주력발전원,
전력소비량 및 발전량 추이(2003~2019)

자료: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통계」 주: 최근에 독립된 세종특별자치시는 제외했다.

종합하면 한국의 에너지 상황은 지역별 특색을 유지하는 가운데 지역별 전력자립도 격차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고 할 수 있다. 전력자립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다양하여 핵심 요인을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에너지 소비량은 모든 지역에서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왔다는 점에서 신규 발전설비가 여러 지역에 고르게 분산되어 건설된 결과로 파악된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재생에너지 비중과 연관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아직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뒤에서도 살펴보겠지만 태양광이 크게 증가한 전북, 풍력이 증가한 강원 지역에서 전력 자립도가 개선되는 모습이 분명히 관찰되나, 전력자립도에는 전력소비량이나 타 전력원의 발전량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추후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력자립도의 변화는 에너지전환의 여러 국면 중 하나로, 이후에는 살펴볼 에너지원별 변화와 함께 현재 진행중인 에너지전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다운로드

지역별 전력 현황과 전력자립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