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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품 속 에너지원] 시리즈

쌍소멸이 만드는 엄청난 에너지

- SF 작품 속 에너지원 ⑥ -

고호관 작가

 

 

고호관 작가는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사를 전공하고 『과학동아』, 『어린이과학동아』, 『수학동아』에서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기자의 삶을 마무리하고 SF 작가이자 과학 저술가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늘은 무섭지 않아』로 제2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았으며, SF 앤솔러지 『아직은 끝이 아니야』(공저)와 『우주로 가는 문, 달』, 『술술 읽는 물리 소설책 1~2』, 『하늘은 무섭지 않아』, 『우주선 안에서는 방귀 조심!』 등을 집필했습니다. 이와 함께 『수학 없는 수학』, 『진짜진짜 재밌는 곤충 그림책』,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60-1999』, 『링월드』, 『신의 망치』, 『SF 명예의 전당 1: 전설의 밤』(공역), 『머더봇 다이어리』 등을 번역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금? 다이아몬드? 혹은 마약이나 희귀한 향신료 같은 것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뉴스를 보신 적이 있다면 다른 물질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이름도 희한해서 외우기 어려운 여러 가지 물질을요.

 

뉴스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을 꼽을 때 으레 등장하는 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반물질’입니다. 여기서 ‘반’은 ‘반대’ 할 때의 그 반(反)입니다. 영어로는 ‘antimatter’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반물질은 물질의 반대라는 뜻일 텐데,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물질은 양성자나 전자 같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입자에는 제각기 고유한 성질이 있는데요, 그중에서 특정 성질이 반대인 입자를 반입자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양성자는 전하가 +1인데, 반양성자는 -1입니다. 이런 반입자로 이루어진 물질이 바로 반물질입니다.

 

 


물질과 반물질 비교. 반물질은 물질과 정확히 반대 성질을 지닌 것을 말합니다. © 사이언스올

 

 

반물질의 존재는 이론적으로 먼저 예측이 되었고, 이후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반물질을 만들 수 있는데, 아주 적은 양만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비싼 물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뉴스에 따르면, 반물질 1g의 가격이 무려 7경 원을 넘는다고 합니다.

 

에너지 이야기를 하는 데 왜 반물질이 나오는지 궁금할 수 있겠지요, 그건 반물질과 물질이 만날 때 일어나는 현상 때문입니다. 반물질과 물질은 서로 접촉하면 사라지면서 빛을 발하며 에너지로 바뀝니다. 이를 ‘쌍소멸’이라고 합니다.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는 것이므로 이때 나오는 에너지는 E=mc2 공식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날 때 일어나는 ‘쌍소멸’과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에너지만으로 입자가 

생겨나는 ‘쌍생성’. 물질과 반물질의 반응에서는 물질의 모든 질량이 에너지로 바뀝니다. 

핵융합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큰 에너지지요. © 사이언스올

 

 

얼마나 큰 에너지가 나올 수 있는지 감을 잡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경우 에너지로 바뀐 질량이 약 0.7g입니다. 0.7g이 순식간에 에너지로 바뀌며 폭발을 일으킨 결과가 그 정도였지요. 역사상 가장 위력이 강했던 수소폭탄인 차르 봄바의 경우 에너지로 바뀐 질량의 크기는 약 2.3kg이었습니다. 반물질이 몇 g, 몇 kg만 있어도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오늘날 우주에서는 반물질을 찾기 어렵습니다. 빅뱅이 일어났을 때는 물질과 반물질이 똑같이 생겨났지만, 균형이 어긋나면서 현재는 물질이 훨씬 많이 남게 되었다는 게 과학계의 추측입니다. 만약 반물질을 쉽게 구하거나 만들 수 있다면, 물질과 쌍소멸을 일으켜 그 막대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SF에서는 흔히 반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특히 항성간 우주선의 연료로 쓰기에 매우 좋습니다. 별과 별 사이를 움직이는 데는 아주 긴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엄청나게 많은 연료가 소모되는데, 그 연료를 모두 실으려면 우주선의 연료통이 엄청나게 커야 합니다. 연료를 다 쓰고 난 뒤에는 부피만 큰 껍데기가 남고요.

 

 


우주개발이 절정에 이르던 시절, 다양한 추진방식이 제안되면서 반물질 우주선의 가능성도 타진된 

바 있습니다. 아직은 실현할만한 기술이 없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만큼 언젠가는 반물질우주선이

비행할 날이 올 수도 있겠지요. 그림은 NASA 마셜우주비행센터에서 제시한 반물질 우주선의 

상상도입니다. © NASA

 

 

앞서 살펴보았듯이 반물질은 아주 적은 양으로도 큰 에너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반물질을 연료로 사용한다면, 연료를 많이 실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만큼 우주선의 부피와 무게도 줄어드니 효율도 더 높아지지요. 

 

반물질을 우주선의 연료로 사용하는 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쌍소멸로 나오는 부산물을 내뿜어 그 반대 방향으로 우주선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 경우 쌍소멸하는 반물질과 물질의 종류에 따라 부산물이 달라지므로 적절한 물질을 이용해야 합니다. 혹은 쌍소멸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다른 물질을 가열해 추진제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추진제를 따로 실어야 하기 때문에 아주 효율적이지는 않겠네요.

 

쌍소멸로 생기는 열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어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전기로 전기장을 만들어 이온과 같은 추진제를 가속해 내뿜는 식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필요한 추진제의 양이 적어서 유리합니다. 보통은 전기 에너지의 양에 한계가 있어 추진력이 약하지만, 반물질로 전기 에너지를 만든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주선 안의 전자 장치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전기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실 SF에서는 반물질을 무기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반물질 폭탄이나 반물질 미사일은 엄청나게 위력적일 수 있습니다. 단 1g의 반물질을 상대방에게 명중시키기만 해도 원자폭탄 수준의 위력이 나오니까요. 

 

 


영화 <천사와 악마>에 등장한 반물질 폭탄. 실제로 반물질 폭탄이 만들어진다면 

이처럼 단순하고 작을 수는 없겠지만, 영화적 허용이라고 봐야죠. © Sony Pictures

 

 

알라스테어 레이놀즈나 래리 니븐, 이언 M. 뱅크스와 같은 많은 SF작가가 작품 속에서 반물질을 이용한 무기를 언급하거나 묘사한 바 있습니다. 반물질이 위력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린 건 아마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일 겁니다. 테러리스트가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훔친 반물질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려 하지요. 규모를 키우면 반물질을 행성 파괴용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지구에 수십kg짜리 반물질 덩어리가 날아와 부딪힌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세요.

 

어떤 SF에서는 우주에 반물질로 이루어진 천체가 있다는 과학적인 가설에 근거해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합니다. 우연히 찾아낸 반물질 덩어리를 이용해 인류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한 단계 더 진보할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물론 그게 반물질인 줄 모르고 무심코 접촉했다가 큰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물질은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보관하는 것도 까다롭습니다. 물질과 접촉하면 쌍소멸을 일으키기 때문에 주위를 완전한 진공으로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진공 상태를 만든다 해도 보통은 입자 한두 개쯤은 들어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지요. 자칫 반물질이 움직여 반물질을 담은 용기에 닿기라도 한다면 대참사가 벌어집니다. 

 

하지만 만약 SF에서처럼 이런 생산과 보관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가정한다면 어떨까요?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면, 핵분열이나 핵융합보다도 훨씬 더 막강한 에너지원을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 ① 핵융합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659999219 

▶ ② SF가 보여주는 에너지의 미래, 실현 가능할까?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692376602

▶ ③ 무궁무진한 ‘물’에서 얻는 에너지는? 수소핵융합, 수력발전, 조력발전 등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707318453 

▶ ④ ‘매트릭스’의 생체 전기, 남는 장사일까?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734194071

▶ ⑤ 도망가는 태양을 붙잡아라! 태양을 감싸 에너지 생산하는 '다이슨 구'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773950093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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