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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녹색 건축] 시리즈

 

세계의 녹색 건축 ① 
‘빌바오 효과’를 아세요?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무려 1962년부터 시작한 007시리즈. MI6 요원 제임스 본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이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25편의 영화를 찍는 60년동안 세계에서 최고로 여겨지는 관광지를 열심히 찾아다녔다는 겁니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의 전경. 마치 유체를 형상화한 듯한 독특한 건축양식 덕분에 건립 이후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잡았습니다. © Lemon Tree Images/Shutterstock.com


1999년 개봉한 19탄 ‘007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는 스페인에서 시작합니다. 영화는 제임스 본드가 한 바탕 우당탕탕 사고를 친 후 경찰을 피해 건물 창문을 뚫고 도망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요, 이후 아무 일 없다는 듯 유유히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 배경으로 흐르는 ‘철판을 여러 장 휘어놓은 것처럼 보이는’ 건축물이 바로 이 글의 주인공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Guggenheim Bilbao Museum)’입니다.


빌바오시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항구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동아시아의 부상으로 도시는 쇠락하고 심각한 환경오염만 남았었지요. 자칫 슬럼화될 수도 있던 빌바오는 청정한 문화도시로 완벽하게 변신했습니다. © Jon Chica/Shutterstock.com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이 있는 스페인 빌바오시는 옛날 영국, 프랑스와 교역하기 위한 항구였고, 산업혁명 이후 철강 및 제철, 조선 산업 중심지로 20세기 초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했던 항구도시였습니다. 그런데 철강 자원이 고갈되고 조선 사업이 한국, 일본 같은 아시아로 넘어가면서 급격한 침체를 겪게 됩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실업률이 35%까지 오를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해졌습니다. 거기다 그간 해왔던 산업 활동 때문에 네르비온 강과 주변 환경은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공장 지대는 완전히 죽은 땅이 돼버렸죠.


네르비온강변의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전경. 한적하고 아름다운 이 강은 한때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었습니다. © LucVi/Shutterstock.com


이렇게 망가진 도시를 살려낸 1등 공신이 바로 미술관입니다. 빌바오시가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면서 산업도시가 문화도시로 완전하게 변신했습니다. 단순히 문화도시로 변화한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여행이 한정되기 전까지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도시로 탈바꿈했죠.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건설하는데 총 1억 3,500만 유로가 들었습니다. 유치를 기획할 당시인 1991년, 4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해야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계산법이 나왔다고 하는데요. 미술관 오픈 이후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서 개관 3년 만에 건설비, 5년이 지나서는 세금을 포함한 모든 투자금을 회수했습니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의 전경.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야트막하지만 볼륨감이 강조된 모습입니다. © Manuel Ascanio/Shutterstock.com


이제는 빌바오시가 영광을 누리던 1970년대 수준까지 경제상황이 회복됐다고 평가되고 있을 정도죠. 구겐하임 미술관 덕에 만들어진 일자리만 무려 4,000개에 달한다고 하니까 도시 부활은 확실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변신이 얼마나 대단한 변신이었는지, 이제는 랜드마크 건축물이 한 도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빌바오 효과’라고 부른답니다. 

사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시 말고도 미국 뉴욕, 베네치아, 베를린에도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빌바오시에 있는 미술관이 도시를 살린 사례로 여겨지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건축물 하나가 아닌 도시 전체가 함께 변신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의 중앙홀에서 올려다본 모습.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으로 기획되어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유려한 조형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 Joseph Creamer


빌바오시가 있는 바스크 광역자치주는 1989년 도시 재생을 위한 종합전략을 구상하고 단계적으로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Ria 2000 종합계획’이라고 불린 이 계획에는 산업 활동으로 인해 망가진 환경부터 살리겠다는 목표가 들어 있었습니다. 네르비온 강 수질 개선을 위해서 각종 산업용수, 생활용수 정화시설을 확충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환경문제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면서 도시 이미지 강화를 위한 계획도 세웠습니다.

1991년, 무려 예산 1억 달러의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 계획 발표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1997년 10월 구겐하임 미술재단과 독특한 건축물 설계로 유명한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손잡고 쌓아 올린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이 탄생합니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의 건물 세부. 표면을 뒤덮은 티타늄 패널은 건축물에 생기를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변질되지 않는 소재를 사용해 오염 요소도 줄였습니다. © csp/Shutterstock.com


이 미술관은 무려 3만 3,000개의 티타늄 패널이 건물을 뒤덮고 있습니다. 판의 두께가 0.3mm밖에 되지 않아서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 움직이고 거기에 맞춰 다채롭게 햇빛을 반사합니다. 이런 특징이 미술관을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시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마치 꽃봉오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별명이 ‘메탈 플라워’라고 하네요.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빌바오 성공’을 이루어 낸 것은 ‘빌바오 리아 2000’과 ‘빌바오 메트로폴리 30’의 힘이 컸습니다. ‘빌바오 리아 2000’은 재개발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공공기관으로 1992년 스페인 중앙정부와 바스크주 정부가 절반씩 투자해 세운 개발공사입니다. ‘빌바오 메트로폴리 30’은 그보다 1년 먼저 생긴 민관협력체로 빌바오 도시 재생의 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싱크탱크로 모든 계획을 구상한 곳입니다.


빌바오는 쇠락한 공업도시가 청정한 문화도시로 재탄생한, 도시재생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힙니다. 그 중심에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이 있습니다. 이 미술관 덕분에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빌바오로 몰려들었지요. 사진은 구겐하임 빌바오 외부에 전시된 작품 ‘스파이더’로, 세계적인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가 작업했습니다. © Mimadeo/Shutterstock.com


빌바오시는 이 두 단체를 통해서 구겐하임 미술관을 시작으로 공항터미널, 트램, 고속운송시스템, 문화레저센터인 ‘아롱디하’와 같은 도시 인프라에 계속해서 투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전통 지역축제, 빌바오 네르비온 강의 수변공간 정비, 아반도이바라 주거지 정비 등도 계속해 나갔습니다. 

이러한 도시 종합재생계획이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지역 활성화를 끌어낸 힘이죠. 단순히 하나의 멋진 미술관에만 기댄 것이 아니라 주변지역과 통합한 포괄적 계획 덕에 문화주도형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 겁니다.


구겐하임 빌바오의 아침 풍경. 깨끗하게 정돈된 도시의 풍경은 시민 모두의 힘이 모인 결과입니다. © Jon Chica/Shutterstock.com


빌바오시는 네르비온 강 수질 개선에 구겐하임 미술관 건축비의 8배를 쏟아 부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환경을 살리는 것이 도시재생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겁니다. 구겐하임 빌라오 미술관을 보기 위해 스페인에 가신다면 미술관을 둘러싼 빌바오시의 깨끗한 환경도 함께 감상하고 오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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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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